April 3, 2023

어쩌면 선악과
Coffee




커피의 최초
‘조금 더 특별한 삶으로의 안내자, 뉴앙시에’의 4월의 테마는 Coffee Break
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하시는 커피인 만큼 간단한 퀴즈로 시작을 해봅니다.
커피는 다음 중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1번 에티오피아, 2번 예멘.


두 나라는 이 문제를 두고 오래도록 경쟁을 벌여왔다고 합니다.
커피의 기원이 아프리카(에티오피아)냐? 아라비아 반도(예멘)이냐?
기독교 국가(에티오피아)냐? 이슬람 국가(예멘)냐? 자존심이 걸린 논쟁이라서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했지만, 최초로 재배한 곳은 예멘’이라는 절충안이 나왔다고 합니다.







한편, 커피나무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첫째, 성경에 선악과를 사과로 표현하지 않았고, 1667년 밀턴의 대서사시
‘실락원’에서 밀턴이 자의적으로 처음으로 ‘사과’로 표현했다는 점,


둘째, 에티오피아는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강이 흐르던 곳이라는 점,


셋째, 커피나무가 ‘지식의 나무’로, 커피 체리가 ‘지혜의 열매’로 불렸다는 점,


넷째, 선과 악을 구별하는 선악과의 기능과 카페인이 발휘하는 ‘지적계몽’이
유사하다는 점.


정답은? 아담과 하와가 알겠지요. 



아침의 포도주


깨어나라, 아침이므로
아침의 포도주를 마시고 취할 시간이다
팔을 벌리라
영접할 아름다운 이가 왔도다…


커피를 소재로 삼은 최초의 문학작품인 ‘입술 없는 꽃’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커피를 ‘아침의 포도주’라고 부르며, 커피를 통해 신(God)을
만나게 되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커피의 어원은 아랍어로 ‘카와’인데 이는 ‘포도주’라는 의미인 동시에
‘커피’를 뜻한다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인지 17세기 초 유럽에서는
커피를 ‘아라비아의 와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바흐, 괴테, 슈만, 바그너, 슈베르트, 베토벤, 브람스…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핀잔을 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바흐의 커피 칸타타, <칸타타 BWV211>을 그 분에게 들려주세요.

 
커피 애호가인 바흐가 1732년경, 독일 라히프치히의 커피하우스를 위해
작곡한 이 곡은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딸과 커피를 그만 마시라고
다그치는 아버지가 주고 받는 익살스러운 풍자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결국엔 딸의 승리로 끝이 나는데, “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라는 딸의
아리아가 유명하고, 성악가 조수미님이 부른 버전도 있습니다.





                                                                 괴테,슈만, 바그너 등의 정신적 휴식처이자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커피집, 카페 바움(Kaffe Baum)/독일 라이프치히








커피 사랑은 괴테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는 하루에 커피를 20~30잔이나 마셨던 매니아였으며,
커피 중독에 대한 주변의 걱정에 보란 듯이 83세까지 장수했습니다.

소문난 커피 애호가인 슈베르트는 커피를 분쇄하면서 커피 향기를
감상하다가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가곡 ‘죽음과 소녀’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베토벤은 아침마다 손수 모닝 커피용으로 원두 60알을 골라낸 뒤
추출해서 마셨기에, 커피 업계에서 60은 ‘베토벤 넘버’로 불립니다.


커피는 이렇게 예술 그리고 천재들과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Out of Africa!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마지막으로 보신 적이 언제이신가요?
이 영화의 내용만 요약하면, 1910년대에 남편을 믿고 머나 먼 케냐까지 온
남작부인 카렌 블렉센(1885~1962)의 ‘커피 농장 실패기’입니다.
(이 영화의 바탕은 카렌 블렉센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낙농업을 하겠다고 카렌의 어머니로부터 거금을 얻어 낸 스웨덴의 남작이
정작 그녀가 도착하자, 사업 아이템을 바꾸었다고 하며 커피 농장을 하겠다고
합니다. 3~4년은 걸려야 첫 수확이 되는 커피 재배를 하겠다고 제 맘대로
결정해 놓고는 정작 실무는 아내에게 모두 떠맡기고,
자신은 사냥이며, 전쟁이며, 바람 등을 피우느라 카렌만 죽도록 고생시키고는
결국, 그녀를 떠나버립니다.


그러나 인생에 다운사이드만 있지는 않는 법.
그녀는 데니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케냐의 사파리도 데려다 주고,
경비행기를 태워 경이로운 자연을 내려다 보게도 해주고,
누군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저 지나가는 존재,
결국엔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는 존재임을 그녀에게 깨우쳐 줍니다.


경비행기를 타고 지나갈때 하늘을 나는 엄청난 홍학 무리 등 아프리카의
경이로운 자연풍경들이 담긴 영화! 아울러 커피꽃이 화사하게 핀 장면,
커피 체리 채취와 가공 과정 등을 보여주는 영상미가 탁월합니다.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메릴 스트립과 멋진 로버트 레드포드를 만나는 기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Theatrical release poster




최근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 시절의 그녀는 경험 부족 등
여러가지 문제들로 커피 농사에 실패했지만, 지금은 그곳이 어쩌면
고급 커피의 재배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 기쁜 것은 망한 듯 보였던 그녀의 삶이 실은 엄청난 성공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덴마크로 돌아와 소설가가 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자서전적
소설로 썼고, 그녀의 자서전을 영화화 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카데미상
7개 부문 수상은 물론, 제작비 10배에 달하는 흥행을 거두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녀가 살았던 덴마크의 집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카렌 블렉슨 박물관’으로
남아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덴마크 카렌 블릭센 뮤지엄



그녀, 그리고 당신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용기있고, 어려움에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여성들에게 뉴앙시에가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Written By Nuancier